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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26의 게시물 표시

13만원 내고 줄만 서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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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만원 내고 줄만 서다 왔다 올해 한 야외 음악 축제에 다녀온 직장인의 하루는 이랬다. 입장 팔찌 받는 데 1시간. 음식 주문에 1시간 30분. 화장실에 30분 이상. 공간이 좁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이 턱 막혔고, 공연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주최사 SNS에도 같은 말이 쌓였다. "줄 서다가 페스티벌 끝났다." 여기서 대부분 결론을 낸다. 표를 너무 많이 팔았다고. 틀렸다. 표를 적게 팔아도 이 줄은 그대로 생긴다. 정원은 지켰다 숫자를 보자. 주최사는 이틀간 총 2만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서를 냈고 서울시가 심의 후 승인했다. 행사장 면적은 약 1만3500㎡, 통상 하루 수용 인원은 1만1250명이다. 계산상으로는 들어간다. 그런데 현장은 터졌다. 왜 그럴까. 수용 인원이라는 숫자가 답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몇 명이 들어가나"가 아니라 "몇 시에 들어가나"다. 티켓은 총량으로 팔리고, 줄은 시간당으로 생긴다 여기가 이 문제의 전부다. 주최자가 파는 건 하루치 입장권이다. 만 장이면 만 명. 계산 끝. 그런데 관객은 하루에 걸쳐 고르게 안 온다. 첫 공연 30분 전에 몰린다. 만 명 중 육칠천 명이 같은 30분에 게이트 앞에 선다. 게이트가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은 시간당 몇 명이다. 화장실도 시간당 몇 명이다. 매대도 마찬가지다. 이건 총량이 아니라 처리 속도 다. 파는 단위와 터지는 단위가 다르다. 그래서 정원을 지켜도 줄이 선다. 그리고 주최자는 이걸 미리 알 방법이 없다. 표가 팔린 시점에 알 수 있는 건 몇 장이 나갔는지뿐이고, 몇 시에 올지는 아무도 안 물어봤다. 물어본 곳이 있었다 한 대형 행사가 오전권과 오후권을 나눠 팔았다. 그 행사 처음 있는 시도였다. 결과는 이랬다. 장내 혼잡도가 양호한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 됐고, 그 상태가 오후 3시 이후까지 이어졌다. 총 4만여 명이 들어온 행사였다. 주최사 쪽 설명이 더...

나는 솔로에 나오는 사람은 왜? 영수 아니면 영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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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솔로에 나오는 사람은 왜? 영수 아니면 영숙일까? 한 연애 프로그램에는 이상한 규칙이 있다. 출연자에게 정형화된 가명을 준다. 남자는 영수, 영호, 영식, 영철, 광수, 상철. 여자는 영숙, 정숙, 순자, 영자, 옥순, 현숙, 정희. 기수가 바뀌어도 이름은 그대로다. 사람만 갈린다. 이게 이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특징이 됐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할까. 익명 처리가 목적이면 A, B, C로도 충분하다. 답부터 말한다. 가명은 출연자를 가리는 장치가 아니라, 시청자가 마음 놓고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이름을 지우면 세로로 쌓인다 같은 이름이 매 기수 반복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역대 영숙들이 한 줄로 늘어선다. 시청자는 이번 영숙을 보면서 지난 영숙을 떠올린다. 비교가 자동으로 된다. 이름이 다 달랐으면 이렇게 안 된다. 즉 가명은 익명 처리가 아니다. 배역이다. 연극에서 햄릿은 배우가 바뀌어도 햄릿이다. 관객은 이번 햄릿이 저번 햄릿보다 어떤지를 본다. 같은 구조가 여기서 돌아간다. 출연자는 자기 이름을 반납하고 그 자리에 배역을 받는다. [이미지 2] 그래서 마음껏 품평하게 된다 한 기사에 인용된 시청자 반응이 이 프로그램의 정체를 정확히 짚는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러 왔는데 어느새 사람 구경을 하고 있다." 이 말이 왜 나올까. 본명이면 이렇게 못 본다. 실명이 붙어 있으면 시청자는 자기가 지금 실존 인물을 평가하고 있다는 걸 계속 의식한다. 이름을 지우면 그 의식이 흐려진다. 캐릭터를 품평하는 기분이 된다. 캐릭터는 마음껏 편들고 마음껏 욕해도 되는 대상이다. 사람은 아니다. 가명 두 글자가 그 선을 옮긴다. 숫자로도 보인다. 최근 한 기수는 초반에 3%대 시청률을 유지하다가, 중반 이후 여론의 관심이 몰리면서 한 주 만에 1%포인트가 올랐다. 마지막 방송분은 5%를 넘겼고, 해당 커뮤니티 갤러리도 순위 1위를 되찾았다. 연애가 화제를 만든 게 아니다. 사람 구경이 화제를 만들었다. 출연자 쪽에서 보면 다르다 같은 ...

팝업이 파는 건, 물건이 아니라 '이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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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업이 파는 건, 물건이 아니라 '이번뿐'이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 현장에서 4시간을 더 기다렸다는 후기가 있다. 들어가서 머문 시간은 1~2시간. 사진 몇 장 찍고 굿즈 사고 나왔다. 그 사람은 이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이벤트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썼다. 그런데 다음 주에도 줄은 선다. 답부터 말한다. 그 4시간은 물건을 사려고 기다린 시간이 아니다. '이번뿐'을 사려고 기다린 시간이다. 성수동 한 골목에만 월 50개가 열린다 연무장길에만 월평균 50개가 넘는 팝업이 돌아간다. 성수동 전체로는 수십 개가 동시에 손님을 맞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흔한데 왜 줄을 서나. 희소한 건 팝업이 아니다. 희소한 건 날짜 다. 전시는 몇 달을 한다. 매장은 내년에도 있다. 팝업은 2주다. 이번 주에 안 가면 끝난다. 그래서 팝업은 물건의 가치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달력이 대신 설명해준다. '팝업 한정' 네 글자가 하는 일 평소라면 굳이 사지 않았을 물건도 '팝업 한정'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갑자기 조금 달라 보인다. 이건 착각이 아니다. 조건이 실제로 달라진 게 맞다. 지금 안 사면 정말로 다시는 못 산다. 물건은 그대로인데 조건이 바뀌면, 사람은 물건이 바뀐 걸로 느낀다. 그리고 팝업은 이 조건을 겹겹이 쌓아둔다. 기간이 2주. 어떤 상품은 하루 판매 수량까지 정해져 있다. 인기 굿즈는 정말 빨리 사라진다. 기간 위에 수량, 수량 위에 속도. 세 겹이다. 품절은 사고가 아니라 증거다 한 웹툰 팝업은 오픈 첫날부터 상품이 품절돼 손님들이 원하는 걸 사지 못했다. 당연히 화가 난다. 어렵게 예약까지 하고 갔는데 살 게 없으면 그렇다. 그런데 그 소식은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그리고 안 간 사람들이 그걸 본다. 못 산 사람에게 품절은 사고지만, 안 간 사람에게 품절은 증거다. "이번뿐"이라는 말이 진짜였다는 증거. 그러니 다음 팝업에는 줄이 더 ...

'연애 금지'라고 써 붙인 러닝크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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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금지'라고 써 붙인 러닝크루가 있다 취미 모임 규칙에 이런 게 붙어 있다. 여미새 금지. 친목질 금지. 전도 금지. 어떤 크루에는 연애 금지 까지 붙었다. 같이 달리는 모임이다. 연애를 왜 금지할까. 답부터 말한다. 소용없어서 붙인 거다. 러닝크루는 뛰는 모임이 아니라, 뛰는 걸 명분으로 사람을 붙여놓는 장치다. 연애만 골라서 빼는 건 구조상 불가능하다. 90명 중에 커플이 셀 수 없이 나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기준 90명쯤 되는 크루에서 사귀고 헤어지는 커플이 셀 수 없이 나왔다. 모임의 본목적이 흐려진다는 우려가 생겼고, 특단의 대책으로 연애 금지가 나왔다. 참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러닝크루는 달리기하는 곳이 아니라 연애하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고, 일종의 소개팅 플랫폼이 됐다고. 명시적으로 안 쓰는 크루도 손은 쓴다. 이성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띄면 운영진이 중간에 끼어들거나 제재한다. 왜 하필 달리기일까 배드민턴 모임에서 연애 금지 규칙을 봤다는 얘기는 잘 안 들린다. 달리기에만 뭔가가 있다. 첫째, 소규모로 쪼개진다. 크루는 페이스별로 그룹을 나눈다. 630, 530 같은 숫자가 그룹 이름이다. 서른 명이 모여도 실제로는 대여섯 명씩 붙어서 뛴다. 둘째, 정면을 본다.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나란히 앞을 보며 말한다. 눈을 안 마주쳐도 되니까 말이 쉽게 나온다. 셋째, 같이 힘들다. 공동의 고통만큼 빠른 접착제가 없다. 넷째, 매주 반복된다. 소개팅은 한 번이지만 크루는 다음 주에 또 만난다. 방장부터 판에 먹혔다 한 러너의 후기다. 그날 나온 사람 수대로 페이스 그룹을 짜는 크루에 갔는데, 여자가 나오면 남자들이 단체로 그쪽에 맞추려 들었다. 방장은 남자들 페이스를 먼저 물어 앞 그룹으로 보내놓고, 자기는 몸이 안 좋다며 초보 그룹으로 갔다. 그러고는 뛰다 걷다 하며 질문만 했다. 여기서 봐야 할 건 방장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아니다. 규칙을 만...

혼술바에 갔더니, 아무도 혼술을 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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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술바에 갔더니, 아무도 혼술을 안 하고 있었다 긴 바 테이블 새벽 두 시가 넘은 홍대. 혼술바 앞에 웨이팅이 열 팀 넘게 서 있었다. 포기하고 근처 다른 집으로 갔다. 문을 열었더니 긴 바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마주 앉아 있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후기를 쓴 사람은 자기가 아싸라 그 광경이 별세계 같았다고 했다. 혼자 마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답부터 말한다. 여기서 파는 건 술이 아니다. 말을 걸어도 되는 상태 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비싸다. 진토닉 한 잔에 만육천원 가격부터 보자. 후기에 나온 진토닉이 16,000원이었다. 두어 잔 마시고 안주 하나 시키면 오만원 좀 넘는다. 한 후기는 "은근 돈이 많이 드니까 한 달에 한 번 기분 내는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술 자체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싼 술을 쓰면서 값은 클래식 바만큼 받는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꾸준히 나온다. 창업자 상당수가 바텐더 경력이 없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위치는 홍대, 강남, 건대 같은 번화가가 중심이다. 그런데 업무·주거 단지인 마곡에도 있고, 토요일 밤 열시에 스무 석이 거의 찬다. 번화가 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밖에서 본 입구. 창은 막혀 있고 문틈으로 새는 빛 시작은 제주 게스트하우스였다 원래 이런 게 아니었다. 제주에서 혼자 여행하던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근처 바에서 서로 어울리던 문화가 있었다. 여행지에서는 그게 자연스럽다. 어차피 내일이면 각자 흩어지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물어볼 게 많다. 그 형태가 육지로 넘어와 서울에서 업종이 됐다. 이름은 혼술바가 됐다. 정확히는 소셜 바에 가깝지만, 혼술바 쪽이 알아듣기 쉬워서 그렇게 굳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성격이 바뀌었다. 헌팅과 과도한 친목 위주로 변질돼 원래 취지를 잃었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후기가 정확히 반으로 갈린다 좋았다는 쪽. "만석이 되니까 옆사람이랑 얘기하느라 정신이...